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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불복 사례 - 부시 vs 고어

|||||||||||||| 2020. 11. 6.

미국 대선 불복 사례 - 부시 vs 고어

 

미국 대선 불복 사례 - 부시 vs 고어

미국 제43대 대통령이었던 조지 W. 부시(George Walker Bush)에 대해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 것이다. 간단히 소개만 하고 넘어가자면 미국 공화당 소속 정치인으로 2000년에는 민주당 엘 고어 후보를, 2004년에는 민주당 존 케리 후보를 꺾고, 2001년~2009년 1월까지 미국의 54, 55번째 대통령으로서 연임을 했다. 대통령 재임 당시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미국 내에서 인기가 낮은 편이었다고 한다.

부시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부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부시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조지 부시

vs

엘 고어

엘 고어(Albert Arnold Gore, Jr.)는 민주당 소속 정치인으로, 미국 부통령(52/53번째)을 빌 클린턴 대통령 밑에서 연임했고, 제43대 대통령을 위해 출마했다. 생긴 것만 보면 영화배우 뺨치게 잘생겼지만, 같은 민주당 출신 빌 클린턴 대통령 밑에서 부통령을 수행할 때 선거 러닝메이트로 나오면 똑똑한 클린턴에 비해서 약간은 어눌하고 똑 부러지지 않은 인상을 주었다고 한다. 

제43대 대통령 선거

2000년 공화당 대선 후보 '조지 부시'와 민주당 대선 후보 '엘 고어'가 맞붙게 되는데,

각 주별 선거인단 수

※이 그림은 근데 당시 선거인단이 아닌 최근 선거인단.. 2000년 당시 플로리다 선거인단 수는 27명이 아니라 25명이다.

우리나라의 직선제와는 달리, '간선제'라고 해서 미국은 각 주마다 선거를 펼쳐서 이긴 쪽이 그 주의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시스템이다. 독특한 미국의 대통령 선거 방식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0/11/05 - [생활] - 독특한 미국 대선 투표 방식 - 선거인단 투표

 

독특한 미국 대선 투표 방식 - 선거인단 투표

0. 독특한 미국 대통령 선거 투표 방식 미국 대선 방식, 즉 미국 대통령 선거방식은 우리나라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 우리나라처럼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은 직선제가 아니라 직선제와 간선제

intstorage.tistory.com

근데 2000년 부시 대 고어 때에는

부시 vs 고어 선거 결과

이렇게 총 선거인단 수에서

부시 = 3+3+4+3+4+5+8+8+3+3+5+6+8+32+11+6+9+12+8+11+7+9+21+5+13+14+8+13+4+25(Florida) = 271

고어 = 4+11+7+54+5+10+7+11+22+18+33+23+2+10+3+15+8+4+12+3+4 = 266

271 대 266으로 부시가 당선되는 것이었다. 근데 미국은 거의 모든 주에서 공화당 아니면 민주당 이런 성향이 뚜렷하게 나뉘기 때문에 몇몇 주를 제외하고는 저 빨간색과 파란색 구도를 잘 벗어나지 않는다.

오바마 vs 맥케인 선거 결과

2008년 오바마 대 맥케인 선거 결과인데, 빨간색/파란색 지역이 위에 거랑 비교해도 거의 차이가 없다. 근데 문제는 이 구도에서 벗어나서 선거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몇 개의 주가 있는데, 위 사진에서 검은색 네모 안에 들어간 '플로리다' 주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플로리다 주 선거와 소송

당시 플로리다 주 선거를 시간 별로 재구성해보면,


11월 7일 오후 8시

VNS(Voter News Service)에서 시행한 출구조사에서 고어가 승리하는 것으로 나왔다. 뒤이어 격전지이던 미시간주(18), 펜실베이니아주(23)에서 고어가 승리하는 걸로 나오면서 고어 진영은 환호성 들리고 난리 났다. 부시 진영은 기자회견 장소를 급히 바꾸는 등 분위기 암울해졌다.

 

11월 7일 오후 10시

플로리다 주 검표에서 결과가 박빙인 것으로 진행되자, 부시 진영에서는 VNS에 강력히 항의, VNS는 출구조사 결과를 취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뒤이어 고어의 승리를 발표했던 CNN 등 방송들도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 전화에 시달렸다. 부시와 고어 진영 분위기는 정말 역전되었다.

 

11월 8일 새벽

플로리다 주 검표에서 부시가 높은 것으로 나오자, 엘 고어가 조지 부시에게 당선 축하 전화를 걸었다.

→ 플로리다 주 캐서린 해리스 국무장관(Secretary of State)이 기자회견을 열어 "부시와 고어 후보의 표차가 총 투표자 수의 0.5% 미만이기 때문에 재검표에 들어간다"라고 기자회견을 했다.

CNN, AP 등 주요 방송도 이 소식을 전하며 부시 후보의 선거인단을 271에서 246으로 조정했다.

고어가 다시 부시에게 전화를 걸어 패배 인정을 취소했다.


근데 이 재검표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플로리다 주 법에 따르면, 두 후보 사이의 표차가 총 투표수(600만 명)의 0.5%(3만 명) 미만일 경우 재검표를 하도록 되어 있었다. 재검표 방식은 "검표 기계" 의한 방식이었는데, 이게 다시 또 논란이 되었는데, 

플로리다주에서는 투표용지에 우리나라처럼 도장을 찍는 게 아니고, 자기가 원하는 후보 옆에 위 사진처럼 펀치를 찍어 구멍을 내게 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주마다 투표방식이 제각각임.) 동그랗게 오려진 종이 쪼가리가 완전히 떨어지지 않을 경우, 기계에서는 인식이 안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기계식 재검표 이후 두 후보 간 격차는 더욱 좁혀져서 부시가 고어보다 고작 324표를 더 얻은 것이었다. 고어 진영에서는 당연히 수작업에 의한 '재'재검표를 주장했고, 플로리다 주 법률에 따르면 재검표는 7일 이내에 완료해야 한다. 근데 마이애미-데이트, 팜 비치, 나사우 3개의 군에서 수검 표할 시간을 더 달라며 연장 신청을 하게 되고, 여기에 부시와 같은 공화당 소속인 캐서린 해리스 플로리다 주 국무장관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제 식구 감싸기 캐서린 해리스

분노한 고어 진영에서는 플로리다주 법원에 소송을 걸게 되고, 부시 진영에서는 재검표 기각 요청을 하는 등... 법률공방으로 이어졌다. 결국 플로리다주 최고법원은 12월 8일 플로리다 주 전체에 대한 수 작업식 재검표를 명령했다. 근데 부시 측은 여기에 또 반발, 연방대법원에까지 항소를 했다. 연방대법원은 12월 11일 양측의 구두 변론을 들은 지 불과 16시간 만에 판결을 내놓았다.

결과는 조지 W. 부시의 바람대로 재검표의 중단이 명령되고, 대통령직은 부시에게로 넘어갔다. 여담으로 연방대법관들조차도 5 대 4로 박빙의 승부였다고 한다.

엘 고어의 승복

이제 관심은 엘 고어 측이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어떤 반응을 내놓느냐 였다.

'연방대법원 판결 직후 고어는 기자회견을 열어 비록 판결에 동의하지 않지만 국가의 단합을 위해 승복한다고 발표했다. 가까스로 대통령직에 오른 부시는 취임 이후 한동안 정통성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미국을 발칵 뒤집은 판결 31 中

엘 고어는 깨끗이 승복하고 물러났다. 이후 민주당의 열렬한 지지자들은 온갖 음모론과 판결을 내놓은 연방대법원, 플로리다주 국무장관인 캐서린 해리스에 대한 인신공격을 하며 발악을 했지만, 결과는 뒤집어지지 않고 부시는 무사히 취임할 수 있었다.

당시에 캐서린 해리스 인신공격한 사진
당시에 캐서린 해리스 인신공격한 사진
HBO에서 이 사건을 소재로 만든 영화 'Recount'

"2000년 대통령 선거의 승자와 패자를 가른 연방대법원 판결은 발표 직후부터 학계, 정치권, 언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는데, 부시 대 고여 판결에서는 국가적 중대사의 경우 만장일치 의견으로 단결된 모습을 과시하던 연방대법원의 전통도 온데간데없이 대법관들의 성향에 따라 찬반이 뚜렷하게 갈렸다. 이런 분열상과 갈등은 다수 판결을 내린 대법관들의 동기와 진정성에 근본적 의문을 제시한 스티븐슨 대법관의 매우 직설적인 반대의견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연방대법원의 다른 판결문과는 달리, 부시 대 고어 판결의 판결문은 아직까지 다른 연방대법원 판결문 속에서 단 한 차례도 인용되거나 언급된 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거리가 될만한 상황에서도 엘 고어 후보는 깨끗이 패배를 인정함으로써 대인배의 풍모를 보여줬다. 

그의 패배 시인 연설(2000년 12월 13일)을 한 번 보도록 하자.

"나는 조금 전 조지 W. 부시 당선자에게 전화를 걸어 제43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을 축하하고, 이번에는 그 축하를 다시 철회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제 미국 대법원은 판결을 내렸습니다. 나는 이 판결에 대해서 의견을 달리하고 있지만, 승복한다고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다음 월요일 선거인단의 인준을 받게 될 이 결과가 최종심이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래서 오늘 밤, 나는 우리 국민의 단결과 민주주의 힘을 위해서 승복하겠습니다. 나는 또 새 대통령 당선자를 존중하고, 그가 독립선언문에 나와 있고, 우리 헌법이 확인하고 옹호하는 위대한 비전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도와야 할 책임을 수락하고, 그 책임을 무조건 이행하겠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 우리 친구들에게도 이번 대결을 미국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징후로 보지 말아 달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난관 극복을 통해서 가장 명확하게 그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나는 우리를 지지해 주었던 사람들에게 모두 차기 대통령을 위해 단결하라고 요청합니다. 이것이 미국입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될 때는 싸우지만, 대결이 끝나면 대열을 정돈하고 단결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계속되는 신념을 가지고 있고 또 그것을 포기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정당에 대한 의무보다 더 높은 것이 있습니다. 이 나라는 미국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라를 당보다 우선합니다. 우리는 새 대통령의 영도 아래 단결할 것입니다."

정말 멋있는 연설이라고 생각한다.

그 후 엘 고어는 기후 보호 동맹(Alliance for Climate Protection)의 회장으로서, 환경보호운동에 힘쓰게 되고, 기후변화에 관한 책도 내고, 그 노력한 결과를 인정받아, 2007년에는 무려 노벨평화상을 IPCC라는 단체와 함께 공동수상 하게 된다.

엘 고어의 책
노벨평화상을 받은 엘 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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