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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때, 대우그룹의 최후(feat.세계경영)

|||||||||||||| 2020. 10. 31.

IMF때, 대우그룹의 최후(feat.세계경영)

 

87년 민주화 체제 이후 그동안 축적된 경제력의 바탕 위에서 자유와 풍요를 만끽하던 국민들은 별안간 들이닥친 환란을 맞이하여 혼란을 맞고 있었다. 직접적인 원인은 환율 관리 실패였지만 정부 당국의 경제 실패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감수해야 될 처지가 된 것이다. 재벌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마불사라는 말이 무색하게 재벌도 뻥뻥 나가떨어지는 판이었다.

IMF 체제 편입 1주일도 채 되지 않던 1997년 12월 8일, 대우그룹이 쌍용자동차 인수를 발표했다. 대우로서는 쌍용차가 자랑하는 SUV 라인과 체어맨을 흡수하여 생산 라인업을 갖추었으며 쌍용차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쌍용그룹도 쌍용양회, 쌍용제지, 쌍용정유 등은 건실했으나 자동차의 부실로 인해서 그룹 전체가 무너진 케이스다.

쌍용차가 대우자동차에 편입되었을 무렵에 나온 물건이 이것이다. MUSSO에 대우 엠블럼이 붙어있다.

체어맨에도 대우 엠블럼이 부착되어있다.

 

물론 김우중은 여러모로 대단한 인물이다. 어찌 되었건 샐러리맨의 신화를 쓴 사람이고 트리코트 원단과 와이셔츠 수출로 그룹 축성의 종잣돈을 마련한 그에게는 "트리코트 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워커홀릭 기질이 다분하여 항상 본인이 앞장서서 그룹을 진두지휘하였으며 식사를 연료의 개념으로 간주하여 가장 빨리 나오는 음식을 시키고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이 먹어치워 사장들은 반도 못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는 것. 유창한 영어실력과 대인 친화력, 처세술 등을 장기로 그룹을 일구었던 것으로 그러니까 상사맨으로서는 대단히 유능한 인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아무리 잠재력이 뛰어난 인물이라도 중요한 시험대(위기)를 통과하고 극복해야 비로소 세간의 인정을 받는 법인데, 일단 벌크업에는 성공해서 LG와 삼성까지 추월하고 재계 서열 2위의 재벌이 되었지만 세계경영이라는 슬로건에 비해서 내실이 약한 편이었다. 그 당시 재벌들이 닥공 기질이 충만했다지만 그중에서도 대우는 특히 유별났다.

대우그룹의 역사는 인수합병의 역사였다. 부실기업들을 헐값에 사들여서 키우는 것이 김우중의 스타일이었고 그런 만큼 독단적이고 공격적인 경영방식으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IMF 외환위기가 닥치니 그간의 경영방식, 말하자면 차입을 통한 확장경영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왜냐하면 IMF가 고금리 정책이라는 극약처방을 때려버렸기 때문이다. 시중금리가 30%까지 치솟아올라 은행에서 돈을 빌린 기업의 부담이 급증하게 된 것. 실제로 고금리 정책으로 인해서 3000개의 국내 기업들이 도산하게 되는데 대우도 얻어터지게 되었으나 이 와중에도 대마불사를 외치며 정면돌파를 강행했다.

특히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는 발상으로 쌍용자동차 인수를 질러버린 것이 치명적이었다.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며 경차부터 대형차까지 모든 차종을 아우르는 종합 자동차 회사가 되었지만 쌍용차 인수와 함께 떠안은 부채와 적자폭은 대우자동차의 자금 소진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로 돌아왔다. 쌍용자동차 인수라는 무리수만 던지지 않았더라도 그룹 해체까지는 가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니까 김우중은 상사맨으로서는 초일류였지만 기업경영에는 착오가 있었다. 물론 대외적인 악조건이 대우의 몰락의 큰 원인이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지만 김우중이라는 인물의 기질이나 성향을 놓고 보더라도 김우중은 타고난 상사맨이지 제조업과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본인도 자신의 가장 큰 실수는 야심이 너무 컸다는 것, 특히 자동차 부문에서 과욕을 부린 것이 화근이었다고 술회한 바 있다. 또 경제관료들과도 사사건건 대립했는데 김우중은 경제관료들을 책상물림이라고 무시하고 관료들을 김우중을 향해 사기꾼, 장사치라고 평가절하하고는 했었다.

김우중은 대우를 일본의 미쓰비시상사, 미쓰이물산 같은 종합상사로 육성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았을 것이다. 아마 종합상사에 올인했더라면 김우중의 캐릭터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서 거대 종합상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미쓰비시상사, 미쓰이물산, 스미토모상사의 매출액은 일본 GDP의 10%에 달하며 미쓰비시상사는 연 매출이 20조 엔이다. 실제로 대우의 제품 중에는 초일류가 없었다. 범용 기술로도 후진국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기술이든 살 수 있고, 어떤 제품이든 팔 수 있다’는 마인드는 김우중의 장점이자 동시에 한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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