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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북방군의 수장, 이괄의 난 - 3

|||||||||||||| 2021. 3. 7.

이괄이 이끈 반란군은 순식간에 대동강을 넘어 황해도로 진입했으며, 정충신과의 황주 전투에서 크게 승리하였다. 이괄의 군대는 예성강 방어선을 뚫기 위해 계속 전진하였다. 그리고 그 뒤에는 황주 전투에서 패전했던 정충신이 추격하고 있었다. 복수심에 불타는 정충신은 이괄을 잡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오고 있었다.

이제 정충신이 아닌, 이중로를 주목해보자!

내가 첨부한 위 지도를 보면, 이중로의 군대는 예성강 방어선에 주둔하고 있다. 이중로는 조총에 관심이 많아 직접 사격술을 배웠다고 하며, 인조반정 때에는 인조를 도와 3등 공신에 책봉되었다. 이때 이중로는 예성강 방어의 책임을 지게 되었는데, 그가 거느린 황해도 관군은 급히 동원되었기에 군사의 질이 매우 떨어졌다. 게다가 이중로는 예성강 방어에 부임하기 전에 경기도에서 1,000여 명의 관군을 끌고 왔는데, 이렇게 이중로가 이끈 군대는 훈련 상태도 낮았고, 여러 잡다한 군사들이 뭉쳤기에 지휘 체계도 확고하지 않았다.

이중로는 우선 마탄 여울목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진형을 갖추었다. 그리고 이 방어선에 조총 부대와 화포를 배치하였으며, 시간 끌기에 최선을 다하기로 하였다. 왜냐하면 이중로의 군대는 오합지졸이었기에 이괄의 군대를 격파하는 것은 무리였고, 게다가 더 중요한 건 뒤에서 정충신의 군대가 앞에서 진군하는 이괄의 후미를 추격하고 있지 않은가? 앞뒤에서 정충신과 이중로가 이괄에게 협공을 가한다면 관군이 유리할 것이 분명했다.

이괄은 미리 보냈던 첩보 부대에 의해 이중로군의 상황을 파악했으며, 마탄 여울목에 매복하고 있는 것도 파악했다. 그리고 이괄은 정충신과 이중로가 연합하여 자신을 앞뒤에서 포위 공격할 것을 예측하였다. 그리하여 이괄은 속공을 통해 이중로 군대를 빠르게 분쇄하기로 결정하였다. 반면 이중로 본인은 마탄 여울목에 군대를 매복시켰기 때문에, 이괄이 함부로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이중로는 분명 이괄군이 조심스레 마탄 여울목을 건너리라 예상했지만...

이괄은 조심스레 마탄 여울목을 건널 생각도 없었으며, 자신이 애지중지했던 항왜병을 그대로 돌격시켰다. 이에 이중로는 자신의 예상이 빗나가자 당황하였으며, 이중로 군대도 당황하여 조총과 활을 마구 쏘아댔다.

이괄 휘하의 항왜병은 이중로 관군의 정면을 향해 칼을 들고 고함을 치며 달려 갔으며, 조총과 활을 쏘아댔던 이중로 관군은 겁을 먹고 점점 뒤로 물러서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이괄의 뒤를 추격했던 정충신은 포격 소리를 듣고 전투가 이미 시작되었음을 인지하였다. 그리하여 급히 이중로를 지원하게 위해 행군 속도를 높여 달려 나갔다.

정충신 : 이중로가 제발 잘 버텨야 할 텐데... 우리 군이 도착할 때까지 이중로가 버틴다면 이괄을 3면에서 포위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꿈같은 소리였다. 이괄의 군대는 일제히 강을 건너기 시작했으며, 마침내 예상강을 넘어 그 지점에 교두보를 세우게 되었다. 그리고 여세를 몰아 관군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그리하여 이확과 이인경이 이끈 군대가 패주 했으며, 이들은 이괄의 기세에 눌려 도망쳤다. 아군이 도망치는 것을 본 다른 관군들도 사기가 급격히 저하되었고, 이괄은 이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았다. 이괄의 군대는 관군과 지근거리에 접근하게 되었고, 마침내 백병전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백병전에서 관군은 이괄의 군대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중앙의 이중로 군대는 전열이 무너졌으며, 이괄은 이중로 군대를 역포위하기 시작하였다.

이괄은 강을 건너 교두보를 확보한 이후, 이중로 본대를 점점 좌익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이중로 군대는 훈련과 장비면에서 모두 열세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수들은 열심히 싸웠다. 조총 사격에 관심이 많았던 이중로는 직접 조총을 들고 7명의 이괄군 장교를 저격하여 사살하였다.

그러나 이괄의 군대는 지근거리까지 접근했으며, 이중로는 칼을 뽑아 이괄의 군대와 백병전을 벌였다. 이중로는 이 과정에서 큰 피해를 입었으며, 한편 이괄의 군대는 역포위를 통해 이중로를 예성강 한가운데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이중로의 군대는 강으로 밀리고 있었으며, 자칫 잘못하면 익사할 판이었다. 앞에는 이괄의 군대가 창칼을 들고 진군하고, 뒤에는 깊은 수심의 강이 있으니... 이중로는 자신의 운이 끝났다 생각하여 강에 몸을 던져 자살하였다. 그러나 이중로의 병사들은 이괄군의 학살을 면치 못했다.

이괄군의 역포위 속에서 이중로의 부하들은 대부분 강에 빠져 익사하거나, 아니면 이괄군의 창칼에 맞아 대부분 사망하였다. 이때 얼마나 많은 관군이 죽었는지, 시체가 산처럼 쌓였다고 한다. 관군은 이때 2,000여 명이 전사하는 대패를 당했다. 부지휘관 이확은 이때 시체 더미 속에 간신히 몸을 숨길 수 있었으므로 겨우 생존하게 되었다. 이괄은 많은 군수 물자를 노획하였으며, 즉각 포로로 잡은 윤정준과 박영신을 끌어냈다. 이괄은 자신의 동지인 한명련과 함께 높은 단 위에 앉아 굵은 목소리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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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괄 : 네 따위가 감히 날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내가 너의 목숨을 살려 줄 수도 있는데, 어찌 나를 따르지 않는단 말이냐!

윤정준 : 너는 일개 무인의 신분으로서 나라의 후한 은혜를 받은 자다.

부원수 직책이 너에게는 부족하더냐? 무슨 이유로 반란을 일으켰단 말이냐, 이 역적 놈아!

한명련 : (화를 내며) 네가 포로가 된 몸으로 감히 이렇게 당돌히 굴 수가 있느냐?

윤정준 : 하하하! 한명련, 너는 일개 군졸의 신분으로서 순변사까지 지위가 올랐다.

너에게는 과분한 영광이거늘, 감히 나라를 버리고 역적질을 한단 말이냐?

난 대대로 나라의 녹을 받은 자로써 어찌 역적에게 허리를 굽히겠느냐.

전하(인조)께오서 너희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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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련은 이괄에게 이들을 처형하자고 주장하였고, 이괄은 이들을 끌어내 목을 베었다.

이괄은 즉각 전열을 재정비했으며, 그 타이밍에 정충신군이 예성강 마탄 여울목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정충신은 실망하고 말았는데, 강 건너편에서 이괄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던 것이다. 정충신은 이중로의 관군이 패배했음을 알아차렸고, 함부로 강을 건널 수 없었다. 곧 양군은 화포와 활 사격으로 응수했으며, 이괄은 노획한 관군 장수들의 목을 베었다.

그리하여 이괄은 자신의 부하에게 관군 장수 목 8개를 가지고 강을 건너 정충신 진영에 내보였다. 이에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남이홍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이 장수들과 안면이 있는데, 오늘 보니 처음 보는 얼굴들이다. 틀림없이 이름 없는 군졸의 머리인데, 적이 우리를 속이려는 것이다.'

그러나 정충신 군대의 사기는 떨어지고 있었으며, 이괄은 즉각 이동을 시작하여 임진강으로 향했다. 정충신은 이괄군이 이동하는 것을 보고 있었지만, 병력도 열세였고 사기가 곤두박질을 치고 있었기에 함부로 추격할 수 없었다.

곧 이괄이 예성강을 건넜다는 장계는 인조에게 전해졌다. 이리하여 인조는 분노와 함께 혼란에 휩싸였으며, 한양에서 훈련도감 소속 정예병 1,500여 명을 선발하였다. 그리고 전라도 군관 윤숙에게는 강화도 병사 500명을 맡겨 출전시켰다. 조정에서는 즉각 피난 논의가 이루어졌다.

신하 1 "지금은 큰 변고가 아니라 할 수 없사옵니다. 유사시를 대비해 세자를 책봉해야 합니다!"

신하 2 "것보다 전하께오서 빨리 몸을 피하셔야 하옵니다. 전라도 전주로 피난 가시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

인조는 전라도 전주로 피난하기로 최종 결정하였으며, 우선 충청도 공주로 들어가 사태를 지켜보기로 하였다. 이괄은 이미 경기도에 진입하였으며, 이괄 앞에는 이서가 방어선을 구축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괄은 구태여 이를 돌파할 생각은 없었다. 곧 한명련이 이괄에게 좋은 계책을 건의하였고 곧 이를 실행하였다. 바로 항왜병을 선발해 은밀히 이서의 진영으로 보내어 고함을 지르면서 소란을 피우게 한 것이었다. 이서는 사방이 시끄러운 것을 보고 이괄군에게 포위되었다는 잘못된 장계를 올렸다. 항왜병이 이서의 진지를 고함 소리로 들쑤시고 있을 때, 이괄은 이미 좁은 산길로 길을 통과했으며, 임진강 근처에서 정박한 배를 이용해 바로 도하해버렸다.

정충신은 나루터까지 이괄 군대를 추격했지만, 이미 이괄은 임진강을 건넌 지 오래였다. 또 이괄을 놓치게 되자, 정충신 휘하의 군대는 곳곳에서 공공연하게 분노를 터뜨렸다. 정충신 휘하의 병사들은 주변의 돌을 던지고 병장기로 나무를 찍고 풀을 베는 등분노를 직접적으로 표출하였다. 그러는 사이, 인조는 급히 피난 행렬에 올랐으며, 이괄은 계속해서 내려오고 있었다. 당시 한강 북쪽의 수비는 전라도 관군이 맡고 있었는데, 인조가 피난하는 모습을 보고 우왕좌왕하였다.

인조는 경기도 수원으로 급히 내려가고 있었으며, 한편 한양 백성들은 창경궁에 불을 질러 궁을 불태우고 있었다. 한양은 폭동이 발생하여 질서가 무너졌으며, 도성 수비군은 백성들을 몇 명 참수하였다. 그러나 성난 백성들이 수비군을 폭행하자, 수비군은 급히 경기도로 도망쳤다. 이러는 사이 이괄이 보낸 기병 30명이 선발대로써 한양으로 무혈입성하였다. 이괄의 선발대는 한양 곳곳을 누비며 백성들에게 우렁차게 외쳐댔다.

"한양 사람들은 절대 동요하지 마시오, 새 임금이 즉위합니다!!!"

한편 이괄의 주력 부대도 한양에 도착하여 모두 한양성에 입성하였다. 이로써 조선은 최초로 반란군에 의해 도성 한양이 함락되었다. 그러나 한양을 접수했다고는 하지만, 이괄은 뛰어난 무관이었지, '정치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를 통치할 수 없었다. 게다가 문관은 대부분 도망치고 하급 문관만 남았기에 한양의 행정을 맡을 능력도 되지 못하였다. 그러는 사이 도망쳤던 흥안군(선조 10번째 아들)이 이괄군 진영에 찾아왔다. 흥안군은 평소 역모 고변 때마다 자꾸 이름이 거론되었던 왕자였으며, 이괄은 흥안군을 맞이하여 새 왕으로 즉위시켰다.

이로써 선조의 10번째 아들이었던 흥안군 이제는 이괄 괴뢰(?) 정권의 새 왕으로 즉위하였다. 한편 한양성에서는 민심이 2가지로 나뉘었는데, 이괄을 환영하는 측이 첫 번째고 사태를 관망하는 것이 두 번째였다. 이괄은 우선 민심을 잡기 위해 한양 곳곳에 방을 붙였다.

"한양 사람들은 각자 자기 생업에 충실하시오!"

이괄은 새로운 내각을 편성했으며, 한양 인근의 수도권 각 고을에 선전관을 파견하였다.

"이제 조선의 왕은 이제(흥안군)이니, 새 왕을 따르라."

그 시기에 피난 행렬을 밟던 인조는 수도권 각 고을에 사람을 보내 다음과 같이 뜻을 전했다.

"한양은 역적의 손에 넘어갔으니, 한양에서 내려오는 관리는 모조리 목을 베어라!"

한편 후방에 있었던 장만은 전령을 통해 한양 함락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도원수 대감! 역적이 도성 안에 들어왔습니다. 주상 전하는 충청도로 파천하시고, 전라 · 경상의 근왕병은 모화관에 주둔했다 흩어졌습니다.'

전령의 보고를 들은 장만과 여러 장수들은 칼을 잡고 엎드려 절하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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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 전하께오서 역적의 난으로 인해 마침내 파천하게 되었으니, 어찌 충성된 자로써 이를 구원하지 않으리오?

기필코 역적을 멸하고 도성을 되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