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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겐츠 음악축제, 오스트리아의 세계 3대 음악축제

|||||||||||||| 2020. 8. 20.


'보덴'(Bodensee) 호수는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의 국경에 맞닿아 있는 호수인데, 이 호수의 동남쪽 끝에 보면 오스트리아의 '브레겐츠'(Bregenz)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인구가 3만이 채 안 되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27,154명)

하지만 유럽에서도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이 마을의 자랑거리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브레겐츠 페스티벌'. 매년 7~8월에 열리는 오페라 축제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년 뒤, 오페라 음악을 사랑했던 브레겐츠 마을의 사람들은 이곳에 음악축제를 열 계획을 세웠다.(사실 오스트리아 사람들 거의 전부가 클래식 마니아, 오페라 마니아임.) 근데 너무 작은 마을이라 오페라 극장을 짓는 건 노무 무리였다. 그래서 발상을 전환하여, 경치 좋은 호수에 두 개의 바지선을 띄워 한 척의 배에는 오페라 공연 무대를, 다른 배에는 오케스트라 무대를 담을 계획을 세웠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간이무대의 첫 작품은 바로 모차르트의 'Bastien et Bastienne'

오케스트라 바지선을 채운 건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어떻게 알았는지 첫 공연부터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 프랑스에서 관객들이 모여들어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매년 거두는 수입으로 1950년에는 6,500석의 야외 공연장을 짓게 되고 이후 단계적으로 기계식 장치와 첨단 음향시설을 가진 현대식 시설로 거듭났다.(현재 좌석 규모는 6,880석) 1985년 이후로는 매년 다른 작품을 공연하지 않고 한 작품을 두 시즌 간 공연한다. 페스티벌 기간에 브레겐츠를 찾는 관광객 수는 약 30만 명.

1999-2000년 베르디의 오페라, <가면무도회> ('A Masked Ball' by Giuseppe Verdi)

베르디의 오페라, <가면 무도회>
해질녁 아름다운 노을속의 베르디의 오페라, <가면 무도회>

공연은 해 질 녘에 시작하기 때문에 호수의 지는 해를 배경으로 세트장을 관람할 수 있는 장관이 펼쳐진다.

무대연출가는 '무도회'와 '죽음'을 테마로 무대 설계를 했는데, 이 오페라의 소재는 1792년 가면무도회에서 일어난 스웨덴의 국왕, '구스타프 3세'의 암살사건이다.(왜 해골이 무대를 쳐다보고 있는지는 이런 이유이다. 책에 쓰여있는 글씨를 보면 'Gustavus III'라고 써져있다.)

(간략한 줄거리) 왕은 자신을 암살하려는 계획이 있음을 알고도 무도회에 참석한다. 왜냐면 가면을 쓰면 자신을 못 알아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근데 자객은 왕의 망토에 새겨진 황실 문장을 보고 뒤에서 그를 저격했다.

아무튼 이 오페라 무대의 사진이 기자들에 의해 퍼지면서 본격적으로 브레겐츠 음악축제를 전 세계에 알렸다. 이어서 이 무대에 다른 오페라 무대(림스키 코르사코프의 '황금 수탉'(Le Coq d'Or), 그레고리 프리드의 '안네 프랑크의 일기')들도 공연되었다고 한다.

2001-2002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 ('La Bohème' by Giacomo Puccini)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

(간략한 줄거리) 보헤미안 기질(보엠)을 가진 세 예술가와 한 철학가의 가난한 사랑과 넷 간의 우정을 다루고 있다.(이렇게 쓰는 것 외에는 요약 불가함.)

'라 보엠'은 푸치니의 오페라 중 가장 사랑을 많이 받는 작품이라고 한다. 무대 콘셉트는 '대인국 안에 있는 소인들'이다.

2003-2004 번스타인의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West Side Story' by Leonard Bernstein)

번스타인의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는 이례적으로 오페라 무대에서 뮤지컬 공연을 한 것이다.

(간략한 줄거리) 195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두 건달 패거리(푸에르토리코 출신 '샥스 파'와 백인 노동계급 '제트 파')의 갈등을 그려냈다. 제트파인 주인공 토니는 샥스파 두목의 여동생 마리아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매번 오페라만 관람하던 관객들이 색다른 뮤지컬 공연이 마음에 들었는지 흥행성적을 상당이 좋았다고 한다.

2005-2006 베르디의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Il trovatore' by Giuseppe Verdi)

베르디의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2005년엔 다시 본연의 임무에 맞게 오페라 장르로 복귀했다. 복귀작은 '대장간의 합창'으로 유명한 베르디의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간략한 줄거리) 15세기 에스파냐의 한 가문과 집시 여인의 2대에 거친 복수에 대한 내용이다.

근데 이걸 무대 연출가가 극 배경은 정유 공장으로, 현재 사장과 퇴출된 노조 위원장 간의 갈등으로 이야기를 바꾸어놓지.

연출이 참 훌륭했다고 한다. 노조의 돌격대가 공장 꼭대기에서 유격대처럼 로프를 타고 무대에 들어서는 장면, 연인을 납치, 보트에 태워서 호수 저편으로 살아지는 등 무대와 호수를 잘 활용해서 아주 스펙터클한 장면 장면을 만들어냈다. 이 공연은 무려 30만 관객을 모으면서 지난 10년 중 가장 성공작이라고 평가받았다.

2007-2008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Tosca' by Giacomo Puccini)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는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무대이다.

이 무대에서 그동안 야외무대의 단점으로 지적받아 왔던 음향 시스템의 대대적인 정비로(Bregenz Open Acoustics) "무대의 스펙터클함을 음향시설이 처음으로 따라잡았다."라는 평을 받았다.

영화 007 퀀텀 오브 솔러스 中

(간략한 줄거리) 프랑스 대혁명 이후 1800년대 이탈리아 로마를 배경으로 오페라 가수 '토스카'를 둘러싼 그의 연인인 혁명파 '카바라도시'와 음탕한 마음을 품고 토스카에게 육체관계를 요구하는 왕당파 경찰서장 '스카르피아'와의 갈등에 관한 내용이다.

영화에서 볼리비아 정부를 전복시키고 볼리비아의 자원을 차지하려는 악당의 음모를 제임스 본드가 처음 파악하는 곳이 바로 브레겐츠 음악축제이다. 악당 우두머리가 세계의 권력자들을 브레겐츠에 모아놓고 오페라 감상하는 척하며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고 대화를 나눈다.

악당들의 대화를 엿듣기 위해 수신기를 꼽는 제임스 본드

2009-2010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 ('Aida' by Giuseppe Verdi)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에서는 뜬금없는 자유의 여신상이 나온다. 오페라 <아이다>의 배경이 되는 이집트의 사막을 물 위에서 구현하려고 폐허 느낌을 내기 위해 부서진 여신상 모양의 공연 연출을 계획했다고 한다. 비평가들과 관객의 극찬을 받았다고 한다.

(간략한 줄거리) 에티오피아의 공주인 '아이다'는 이집트에 끌려와 노예가 되는데 그녀가 사랑하는 '라다메스'는 파라오의 명으로 에티오피아 정벌을 떠나게 된다. 파라오의 딸인 '암네리스'도 라다메스를 사랑하는 삼각관계인데, 라다메스는 아이다의 아버지인 에티오피아 왕을 도왔다는 이유로 체포. 결국 아이다와 함께 죽는다는 내용이다.

대형 크레인으로 '폐허' 무대가 조립되는 과정

대형 크레인으로 '폐허' 무대가 조립되는 과정을 관객들이 매일 공연 시작 전에 볼 수 있었다고 한다.

2011-2012 조르다노의 오페라, <앙드레 셰니에> ('André Chénier' by Umberto Giordano)

조르다노의 오페라, <앙드레 셰니에>

브레겐츠 측은 유명한 작품들만 공연했던 이전과는 달리, 이번엔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연출하기로 마음먹었다.(이 작품은 그때까지 어떤 오페라 하우스나 오페라 페스티벌에서도 연출된 적이 없었음)

(간략한 줄거리) 프랑스 낭만주의 시인 앙드레 셰니에(André Marie de Chénier, 1762-1794)는 1789년 주영대사관 비서로 런던에 체류 중 프랑스혁명 소식을 접하고 파리로 돌아가는데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에 반발하여 32살에 단두대의 이슬로 세상을 떠났다. 이 오페라는 앙드레 셰니에와 귀족의 딸, 막달레나와의 사랑 이야기를 축으로 혁명 전야의 매서운 칼바람 속 고뇌하는 지식인을 그리고 있다.

무대연출가와 공연기획자는 이 공연을 구상하면서 자크-루이 다비드의 그림, <마라의 죽음>을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자크-루이 다비드의 그림, <마라의 죽음>

무대 위에서 비극적인 장면이 나올 때마다 마라의 눈이 깜빡깜빡거렸다고 한다.

2013-2014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Die Zauberflöte' by Wolfgang Amadeus Mozart)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간략한 줄거리) 철학자 자라스트로는 밤의 여왕의 딸 파미나를 납치해 여왕의 악영향에서 보호하려 하고 분노한 밤의 여왕은 왕자 타미노를 포섭해 딸을 되찾으려 한다. 여왕은 왕자에게 맹수도 잠재울 수 있는 '마술피리'를 호신용으로 주고 그와 동행할 파파게노에겐 요술종을 건넸다. 여왕은 딸 파미나에게 자라스트로를 죽이도록 하지만 파미나는 결국 어머니를 배신했다. 밤의 여왕은 복수심에 불타 자라스트로의 '태양의 제국'을 무너뜨려고 하지만 패배하여 여왕과 어둠의 세계는 멸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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